정희재의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를 읽었다. 읽고 느꼈다. 해리포터 이후 처음으로 책에 끝이 있다는 게 아쉬웠다. 한 문장 한 문장이 심장을 저미는 듯한 감동을 선사했다. 진도를 나가는 게 두려워 같은 문단을 읽고 또 읽었다. 꼭 책의 훌륭함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남아시아여행 이전에는 이렇지 않았다. 한때는 500페이지 책을 3시간에 읽는게 자랑이었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을 읽으면서도 빨리 책을 끝내고 다음에 무엇을 해야할지 고심했다.
이제야 알게 된 건데 그건 한 번뿐인 삶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다. 지금도 눈을 감으면 여행 당시 보았던 풍경이 떠오른다.
인도인들의 호기심 어린 눈동자, 태국인들의 친절, 베트남인들의 강인함, 네팔인들의 따뜻한 심성은 물론이고 히말라야의 보름달과 사막의 별들이 만져질 것만 같다.
세상을 좀더 보고, 느끼고, 살아내고 싶다. 예전엔 시간이 비면 마치 강박증에 시달리듯이 불안했지만 이젠 허공에 시간이 뜨면 고맙다. 하늘 한 번 쳐다보고 땅 한 번 쳐다보고 심호흡 세 번 하고, 휴식을 즐길 수 있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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