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아그라와 타지마할 관광이 끝났다. 델리에서 왕복 버스를 이용해 다녀왔는데 델리 숙소에 도착하고 보니 시간은 벌써 새벽 1시였다. 피곤을 억누르며 화장실에서 빨래를 해야했다. 태국에서부터 밀린 빨랫감이 마음 한 구석을 짓누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찌어찌 겨우 빨래를 끝내고 방 여기저기에 널어놓은 뒤 새벽 2시쯤 침대 위로 쓰러졌다.
다음날 일어난 시간은 6시경. 더 자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으나 숙소 바로 옆의 대로변은 이미 차 경적소리로 시끄러웠다. 아침부터 왜 그리 경적을 울려대는지 짜증도 조금 났다. 인도에 비하면 베트남 호치민은 참 양반이었다. 인도에서는 어딜 가나 경적 소리 때문에 귀가 아플 정도였다. 나중에 현지인한테 경적을 울리는 이유를 물어봤더니 "빨리 가고 싶어서"란다. 그거야 당연히 그렇겠지만. 하지만 꽉 막힌 길에다 대고 경적을 울린다고 길이 뻥 뚫릴 것 같지는 않은데...그냥 문화적 차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가기로 했다.
4시간 전에 빨래를 마치고 널어놓은 옷은 당연히 아직도 축축했기에 남아있는 옷을 주섬주섬 걸쳐입고 밖으로 나섰다. 델리에서는 3일 더 있을 예정이었지만 보고 싶은 게 많았기에 마냥 여유롭지는 않았다. 그래도 보통의 외국 여행자들이 델리에 2, 3일밖에 할애하지 않는 걸 생각하면 내가 4일이나 쓰는 건 나름 호사인 셈이었다. 아침밥은 길거리에서 파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먹을거리로 대충 때우고, 론리플래닛 가이드북을 따라 이곳저곳 돌아다녀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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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 앞 대로이자 뉴델리역 가는 길. |
나는 맨 처음에 이 장면을 보았을 때 인도에서 신성시된다는 소가 왜 대체 회초리로 얻어맞으며 수레를 끌고 있을까 고민에 빠졌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소는 cow가 아닌 ox란다. cow는 힌두교 교리상 신성시되지만 ox는 막 대해도 된다나....또 식용 소도 있는데 이건 buffalo란다. 생각하다보니 문득 모든 종류의 소가 불쌍해졌다. 다들 인식의 굴레에 갇혀 사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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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역 가는길.
이웃나라와 사이가 좋지 않은 인도는 지하철 역이 항상 테러 위협에 노출되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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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델리 지하철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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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M 현금 입금 시각 안내. 밤에는 입금을 할 수 없나 본데 이유를 알 수 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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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리대학교 앞 골목. 성차별이 심한 인도는 하숙도 성별로 나누어 받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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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의 쓰레기장. cow들 천국이다. 얘넨 삶이 과연 편안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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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장 근처의 하늘. 여긴 독수리 천국이다. |
한참 걷다보니 티베탄 콜로니가 나왔다. 중국이 티베트를 무력 침공한 뒤, 난민들이 인도와 네팔 등 인접국으로 쏟아져 들어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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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탄 콜로니 1. 입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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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탄 콜로니 2. 티베트식 만두 모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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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탄 콜로니 3. 불교 사원. 주민들이 참 여유로워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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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탄 콜로니 4. 한 상점 |
티베탄 콜로니 관광은 예상보다 빨리 끝났다. 골목이 미로처럼 복잡하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 규모가 매우 작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시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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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는 길 1. 미니 바이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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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는 길 2. 사연을 알 수 없는 사고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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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는 길 3. 초록 터번을 쓴 남자와 그 바로 오른쪽의 다정한 커플의 조합은 참 이질적이다. |
숙소에 가서 빨래를 걷어 대충 갠 뒤 잠이 들었다. 다음날 간 곳은 인도의 독립문인 인디아 게이트와 국립박물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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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아 게이트 1. 새벽부터 하늘이 뿌옇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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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아 게이트 2. 군인들이 뭔가 행사를 하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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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아 게이트 3. 50루피씩이나 내고 마신 짜이. 물론 정가는 10루피겠지.
심지어 내가 들고 있던 생수 마시게 좀 달라고 당당하게 요구하더라. 물론 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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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박물관 가는 길. 올드델리와는 다르게 길이 참 곧고 넓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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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박물관 1. 일찍(9시경) 도착한 터에 개관시간까지 한참 기다려야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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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박물관 2. 4대 문명 발상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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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박물관 3. 아침 일찍이라 꽤 한산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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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박물관 4. 힌디 문자의 발전 과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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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박물관 5. 과거 찬란했던 시기의 무기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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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박물관 6. 전쟁에 쓰였던 코끼리 모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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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박물관 7. 전쟁에 쓰였던 전투마 모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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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박물관 8. 일찍 오길 참 잘했다. |
인도 꼬마들이 참 재밌었다. 내가 박물관에서 나오는 길에 초등학생 단체팀과 딱 마주쳤는데 모두가 날 쳐다보더라. 외국인에 대한 이 정도 관심은 인도 어디서나 마주하는 일이지만 초등학생들의 땡그란 눈동자는 특히 더 부담스러웠다.
식사는 유명한 케밥 맛집에서 해결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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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밥 식당의 인테리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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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고기 케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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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맛집 인증 보도 기사.
여기도 한국과 비슷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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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는 어딜 가볼까 하다가 이슬람교 한 분파의 성자 니자무딘의 무덤을 가보기로 했다. 참고로 인도에는 힌두교와 이슬람교뿐만이 아니라 각종 융합과 혼합 버전의 분파도 참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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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즈라트 니자무딘 다르가 1. 입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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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즈라트 니자무딘 다르가 2. 사원 내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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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즈라트 니자무딘 다르가 3. 돔의 형태가 인상적이다. |
내친 김에 정확한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간디의 추모하는 장소도 가보기로 했다. 간단히 간디 추모장이라고 해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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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디 추모장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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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디 추모장 2. 가운데 있는 게 간디의 묘일 거다. |
이런 식으로 돌아다니다 보니 어느덧 떠날 때가 다가왔다. 기차역에 가서 기차 시간을 보니 당연하게도 연착을 한단다. 하는 수 없이 근처의 영화관에서 잠깐 시간을 때우기로 했다.
인도 영화는 예전에도 본 적이 있긴 하지만 역시 인도에서 보는 인도 영화는 색다른 맛이 있었다. 그리고 재미있었다! 이번에 본 영화는 3시간짜리 킬딜이라는 영화였는데 티켓은 100루피(1700원 가량)이었던 것 같다. 물론 기차 시간 때문에 중간 쉬는 시간 때 나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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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 1. 인테리어가 참 호화롭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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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 2. 주변에 최대한 피해가 안 가도록 조심히 찍었다. |
다시 기차역으로 돌아와 대기실로 향했다. 나처럼 연착된 기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여기저기 보였다. 개중에는 꽤 편한 자세로 자는 사람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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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역 대기실 |
인도에서 기차 연착은 아무래도 일상이다. 2, 3시간은 기본이고 하루 이상 연착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다행히 내 기차는 2시간만에 왔다.
이렇게 델리를 떠나 서부의 자이뿌르로 향했다.
델리의 위치는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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