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꼬창

태국 꼬창
태국 꼬창(2014)

1/17/2015

캄보디아 여행 1부 - 프놈펜, 킬링필드

 이번엔 캄보디아로 넘어왔습니다. 베트남의 달랏에서 6시간짜리 야간버스를 타고 호치민으로 간 뒤 호치민에서 프놈펜행 직행버스를 탔지요. 참고로 저는 이번 여행에서 야간버스와 야간기차를 아주 애용했는데요, 이걸 타면 하루 숙박비를 아낄 수 있다는 강점이 있습니다. 대신 청결이라는 가치는 잊어버릴 각오를 해야 하죠.

 이번에 국경을 넘는 일은 태국-라오스(링크)보다는 편했습니다. 하지만 달랏에서 10시쯤 풍짱이라는 운수회사의 야간버스를 타고 출발했는데 버스기사가 어쩐지 과속을 한다 싶더니 호치민에 새벽 3시에 도착하더군요...분명 5시반쯤 도착 예정인데...1시간 정도 기다렸다가 6시 반에 출발하는 국경행 버스를 타려고 했는데 너무나 일찍 와버렸어요. 

 하는 수 없이 바로 앞에 보이는 패스트푸드점에 들어가 3시간을 때워야만 했습니다. 잠은 미칠 듯이 쏟아지는데 옆 의자에 놔둔 짐이 못내 불안해서 편히 잘 수도 없었지요. 어찌어찌 해서 겨우 3시간 반을 버틴 후 신투어리스트 호치민 지점으로 걸어갔습니다. 미리 예매해둔 캄보디아행 버스에 올라탔고 이내 버스는 출발하더군요. 신투어리스트는 시간을 참 잘 지켜서 좋아요^^

 국경에서 여권과 짐 검사를 위해 잠깐 내렸던 걸 빼고는 정말 말 그대로 '직행 버스'였습니다. 버스에서 옆에 앉은 네덜란드인 할아버지와 얘기도 하고 낮잠도 즐기다가 오후 1시쯤 프놈펜에 도착했던 것 같습니다. 

베트남-캄보디아 사이에 위치한 메콩강




 내려서 바로 숙소를 잡은 후 쉬지도 않고 본격적인 시내 관광에 나섰습니다. 직전에 베트남에서 예기치 않게 시간을 너무 많이 쓰는 바람에 캄보디아에는 4일밖에 머무를 수 없었기에 서둘러야 했거든요. 프놈펜에서는 하루 반을 쓰기로 했습니다. 일단 숙소를 나서자마자 바로 다음날 버스(오후 2시 출발)을 예약했어요. 그리고는 프놈펜 시내 쪽으로 나갔습니다.




뚝뚝 기사. 
 저는 걷고 싶었는데 이 젊은 기사의 미소와 호의에 넘어가고 말았습니다. 걷지 말고 자기 뚝뚝을 타라는 부탁이 너무 간절하더군요. 난 정말 걷고 싶은데...세 시간 거리도 걸어갈 수 있는데...결국 15달러에 하루 반 동안 대절해서 같이 여기저기 다니기로 합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꽤 친해져 결국 페북 친구도 되었습니다.





국립박물관 1
국립박물관 2

국립박물관 3

국립박물관 4. 과거 캄보디아인들의 왕국

 마지막 사진은 캄보디아인(또는 크메르인)들이 과거에 세웠던 크메르 제국의 영토입니다. 현재의 태국과 라오스땅까지 아우르는 거대 제국이었지요.

 민족과 국가를 막론하고 위기에 빠지면 과거를 추억하는 것은 일반적인 일인 것 같습니다. 구한말 지식인들의 고구려, 발해 사랑도 그 한 예로 볼 수 있겠지요. 캄보디아도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들은 크메르 제국과 앙코르의 위용을 차차 잃어버리고 메콩강 하류의 규모와 인구가 작은 나라로 전락해버리고 말았습니다. 캄보디아는 과거 앙코르의 영광을 그리워했고 이는 70년대 앙코르의 재건을 내세운 폴 포트와 크메르루주 정권의 등장으로 이어지게 되죠.

 폴 포트는 과거 앙코르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명분 아래 집권 4년 동안 700만의 인구 중 지식인 위주로 200만 정도를 학살해 나라와 경제를 토막내버린 독재자입니다. 학살 당시 정말 어처구니 없는 이유로 죽은 사람도 많았다는데요, 예를 들어 손이 하얀 사람, 안경을 쓴 사람은 당연하고 가수와 영화배우 등도 모두 죽였다고 합니다. 한 마디로 농민을 제외한 사람은 거의 다 죽었다고 봐도 될 정도입니다.

 그 사람들을 모아놓고 살해한 장소가 킬링필드인데 캄보디아 전역에 300곳 정도가 흩어져있습니다. 그리고 이 곳 프놈펜 근처에도 하나가 있구요.

킬링필드 1. 위령탑

킬링필드 2. 위령탑의 해골

킬링필드 3. 학살에 쓰인 무기. 총알이 모자라서 곡괭이와 낫으로도 죽였다 합니다.

킬링필드 4. 학살의 현장

킬링필드 5. 갓난아이를 머리부터 내리쳐 죽이는데 쓰인 나무.
엄마가 보는 눈앞에서 죽였다고 합니다.

킬링필드 6. 대형 스피커를 설치해 희생자들의 비명이 밖으로 새나가는 것을 막았던 장소.
이 스피커 때문에 주변에 사는 농민들조차 이 킬링필드의 실체를 몰랐다고 합니다.




 정말로 참혹한 역사적 장소입니다. 그리고 킬링필드와 같은 역사를 공유하는 곳으로 이 곳 뚜얼슬랭 박물관이 있습니다. 역시 폴포트의 크메르루주 정권이 사람들을 고문하고 가두었던 곳입니다. 크메르루주 정권이 자리에서 내쫓긴 뒤 이 곳은 감옥에서 박물관으로 바뀌었습니다. 역사를 기억하기 위해서죠.





뚜얼슬랭 박물관 1

뚜얼슬랭 박물관 2. 실제 수감 장소

뚜얼슬랭 박물관 3. 탈출을 막기 위한 철조망

뚜얼슬랭 박물관 4. NO SMILE. 이 곳에서는 웃는게 금지입니다.

뚜얼슬랭 박물관 5. 나오는 길에 본 여권 신장 캠페인.
한국의 여성부에서 여기도 지원해주는군요.

 보통의 수감자들은 이 곳에서 혹독한 고문을 당하고 자신이 CIA와 FBI의 첩자라는 것을 강제로 고백한 뒤 킬링필드로 끌려가 살해당했다고 합니다.  기가 막힌 사실은 이 곳이 이전에는 학교였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웃고 뛰놀던 학교가 하루아침에 감옥으로 변한 것이죠.


 폴 포트와 크메르루주에 관한 더 자세한 설명은 이 곳 위키백과 또는 엔하위키를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위키백과가 좀 더 신사적이긴 하나 충격적인 이야기를 배제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위키백과는 가감없이 뜬소문까지도 모두 알려줍니다. 저는 무언가를 찾아볼 때 항상 둘 다 살펴보는 편입니다.







 프놈펜에 이렇게 참혹한 장소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아래처럼 아름다운 왕궁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 곳 캄보디아 왕의 호위는 북한군 병사들이 담당하고 있다고 합니다. 캄보디아와 북한의 관계가 각별하기 때문이라네요.


왕궁 1

왕궁 2

왕궁 3. 캄보디아 여성들의 전통 의상

왕궁 4


 왕궁을 나와서 시내를 걸어다니다가 독립기념탑을 발견했습니다. 다른 나라의 그것에 비해 꽤 조그맣더군요. 석양빛이 비치면 꽤 아름다운 색상을 발한다고 하던데 저는 시간이 없어 빠르게 지나쳐왔습니다.


독립기념탑

 시내에서 Aprillia 바이크샵을 발견했습니다. 한국에서도 찾기 힘든 Apirllia가 여기에! 반가워서 들어가 직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바이크 가격은 한국보다 아주 약간 싼 것 같더군요.

프놈펜 아프릴리아 샵 1

프놈펜 아프릴리아 샵 2





 바로 그 옆에는 병원과 식당이 있었습니다. 그냥 평범한 장소들은 아니구요, 각각 한국에서 후원하는 병원과 북한에서 운영하는 식당입니다. 한 나라는 병원 운영금을 지원하는데, 다른 나라는 정부 직영 식당으로 외화벌이를 한다니 조금 씁쓸했습니다.


한국이 지원하는 제일종합병원

북한 식당 1

북한 식당 2. 맹세컨대 촬영 금지 싸인은 촬영 후에나 발견했습니다.

북한 식당 3. 오랜만에 맛본 해장국
  
북한 식당 4. 여직원들이 공연도 펼칩니다.


 캄보디아와 라오스에는 북한에서 직접 운영하는 식당이 여러 곳 있는데요, 식당마다 컨셉이 다릅니다. 제가 갔던 이 곳 평양랭면관은 평양대학교의 해외관광학과 여대생들이 해외 실습을 나와 일하는 곳인데요, 만감이 교차하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랑 같은 언어를 쓰고 똑같이 생긴 비슷한 또래인데도 이들은 구속 상태에서 일하는 반면 저는 자유로운 여행을 다니고 있다니요. 한 여대생이 저에게 관심을 보여 한참 동안 문답도 나누었으나 자세한 내용은 올리는 게 적절치 않을 것 같아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로 이 학생들도 가끔 있는 휴일에는 외출을 할 수 있는데, 감시와 경계가 심하다고 들었습니다. 역시나 자세한 이야기는 생략하겠습니다.







 이렇게 하루 반을 알차게 보낸 뒤 저는 앙코르 유적이 있는 씨엠립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아래 지도는 참고용으로 올리는 프놈펜의 위치입니다. 호치민에서 프놈펜까지 이동루트는 파란색 실선과 같습니다.

프놈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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