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꼬창

태국 꼬창
태국 꼬창(2014)

1/29/2015

인도 여행 3부 - 자이뿌르, 란탐보르 국립공원


 델리에서 기차를 타고 여섯 시간쯤 달렸을까, 어느새 자이푸르에 도착했다. 도착 시간은 새벽 5시즈음. 태어나서 처음 타보는 야간기차가 생각보다는 편했지만 그래도 몸은 찌뿌둥했다. 무엇보다 씻을 곳이 없는 게 참... 물론 조그만 세면대가 하나 있긴 한데 양치나 고양이 세수 외에는 기대하지 않는 편이 좋다.



기차역에서 대기하는 짐꾸러미

 인도는 세계에서 세 번째인가 네 번째로 긴 철도망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는데 역시나 수송 물량도 엄청나다. 심지어는 아래와 같이 바이크도 기차로 실어나른다.


과연 주인은 어디 있는 걸까.


사람들이 왠지 모르게 화가 난 것 같다.


기차역 안에 소가 돌아다니기도 하는데 누구도 제지하지 않는다.

기차 역무원에게 뇌물을 주지 말라는 안내문




 자이뿌르역에서는 미리 알아둔 숙소로 곧장 갔다. 홈스테이를 표방하는 숙박시설이었는데, 실제로 3층 집에 2층까지는 주인 가족이 살고, 3층의 방 네 개에 숙박객을 받는 곳이었다.





숙소의 3층 베란다. 백팩커에게는 분이 넘치는 시설이다. 

숙소의 저녁식사. 호화 가정식이다.




 자이뿌르에 머무르는 동안 근처의 란탐보르 국립공원에 다녀왔다. 근처라고는 하지만 기차로 2시간이 걸리는 곳이다. 이번에는 일부러 최하등칸에 타봤다. 기차의 최하등칸 체험에 대해서는 이전에 써둔 글이 있어 그대로 가져오고자 한다.




 세계에서 세번째로 긴 철도망을 가지고 있다는 인도. 기차에는 총 6등급의 객실이 있는데 그 중 최하등칸(요금은 100km당 약 900원 정도)에서 압축된 인도를 볼 수 있었다. 화장실 변기라는 곳은 선로로 뚫린 구멍이었고, 위생의 개념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1인용 좌석에는 두 명이, 4인용 좌석에는 일곱 명이 앉아있었으며, 위쪽의 짐칸에마저 두세명의 사람이 포개어져 자고 있던 그 칸에 외국인은 나 혼자였고 달리는 열차 옆 길은 승객들이 던진 쓰레기로 한가득이었다.

 객차는 출근시간의 신도림발 2호선만큼 발디딜 틈 없이 꽉 차 있었지만, 사과와 땅콩을 파는 소년은 마법이라도 부리듯 커다란 바구니를 든 채 수많은 인파를 헤치고 다녔다.

 한 준수한 청년은 땅콩 한 봉지를 사서 까먹더니 껍질을 그대로 바닥에 버렸다. 얼마 뒤 기껏해야 다섯 살로 보이는 비쩍 마른 맨발의 꼬마가 나타나더니 사람들 발 밑을 엉금엉금 기어다니며 제 키만한 빗자루로 먼지 속에 파묻힌 땅콩 껍질을 쓸어갔다. 몇 분 뒤 다시 나타난 맨발의 꼬마는 사람들에게 청소의 댓가로 동전을 요구했다.




 승객들의 눈치가 보여 안에서는 사진을 찍지 못했고 내린 뒤에야 겨우 한 컷 찍었다. 그들의 기분이 나쁘지 않았기를 바랄 뿐이다.

기차의 최하등칸. 창문도 없고 사람들이 매달린 저 상태 그대로 달린다.






 이렇게 도착한 란탐보르 국립공원은 호랑이가 기념물이라는데 사파리를 가서도 정작 호랑이는 보지 못하고 낙타와 원숭이만 잔뜩 보고 돌아왔다. 사파리는 지프를 이용했는데 3시간에 2200루피(약 37000원)였다. 너무 비쌌다.


란탐보르 국립공원 1. 지프는 이렇게 생겼다.

란탐보르 국립공원 2. 모스크

란탐보르 국립공원 3. 먹을거리를 안고 있는 원숭이


란탐보르 국립공원 4. 이렇게 사람을 위협해 먹을거리를 갈취하기도 한다. 

란탐보르 국립공원 5. 공원 내부의 옛 요새

란탐보르 국립공원 6. 다 무너져 가는 옛 요새

란탐보르 국립공원 7. 주변의 풍경





 란탐보르 국립공원 바깥에는 이렇게 낙타가 돌아다니기도 한다.


몰이꾼과 낙타









 란탐보르 국립공원 투어를 마치고 다시 자이뿌르로 돌아온 뒤에는 여기저기 쏘다녔다. 자이뿌르는 핑크시티라는 별명에 걸맞게 도시 곳곳이 분홍색(사실상 주황색)으로 칠해져 있었다.

자이뿌르 1. 도시 출입문 중 하나

자이뿌르 2. 창문으로 한 여성이 바깥을 하염없이 내다보고 있다.
그녀도 카스트 제도의 구성원이겠지.

자이뿌르 3.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큰 영화관 라즈 만디르다.

자이뿌르 4. 도시 내 시장

자이뿌르 5. 도시 내부
자이뿌르 6. 가이드북에도 나온 라씨인데 그냥 그랬다.








 숙소로는 걸어서 돌아가보기로 했다. 단 그냥 걸어가면 재미가 없으니 철로를 따라 걸어보기로 했다. 도중에 길을 잃어버려서 3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나름대로 재미있었다.


철로 1. 저 개는 어디로 가는 걸까.

철로 2. 기차가 지나갈땐 얼른 옆으로 비켜선다.

철로 3. 난데없는 STOP 사인




 저 STOP은 열차를 향한 걸까, 아니면 나같은 무단 보행자를 향한 걸까. 1분쯤 고민했다. 저 앞을 봐도 위험요소는 보이지 않는데 왜 멈추라는 걸까. 일단 계속 가보기로 했는데, 그 고민은 얼마 지나지 않아 해소되었다.




철로 4. 외다리

철로 5. 외다리 위에서


 STOP 사인을 지나치고 얼마 걷지 않아 이런 다리가 나타났다. 이 다리를 건너기 전에 내 뒤나 앞 멀리에서 기차가 달려오고 있지는 않은지 확실히 확인해야만 했다. 기차가 온다고 해서 이 다리 위에서 아래의 찻길로 뛰어내리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다리를 건너고 조금 더 걷다가 인도인 소년 무리를 만났다. 철길 옆에서 자기네끼리 어울려 놀다가 나를 발견하자 큰 환호성을 지르며 달려왔다. 처음엔 해코지를 하려는 게 아닌가 싶었는데, 잠깐 살펴보니 꼭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도 오래 대화를 끌지는 않고 얼른 빠져나왔다.

 숙소로 돌아와 잠깐 쉬다가 야간에는 주 정부에서 운영하는 시티 투어를 하러 갔다. 아래와 같이 생긴 조그만 트럭에 타고 도시 야경을 감상하는 코스다.

나이트 시티 투어 1. 창문이 없어 꽤 추웠다.

나이트 시티 투어 2. 주 정부에서 운영하는 곳이라도 쇼핑센터는 가나 보다.

나이트 시티 투어 3. 무언가 조각을 만드는 것도 보여준다.



 같이 탄 승객들이 물건을 살 기미가 보이지 않자 쇼핑 센터 직원들이 조금씩 초조해했다. 이 와중에 나는 그들에게 왜 밤에도 일을 하는지, 일은 할 만한지, 승객 중 중국인 비율은 얼마나 되는지를 물으며 귀찮게 하다가 결국 외면받았다. 티셔츠나 한 장 사고 물어볼걸 그랬나 보다. 캄보디아의 북한 식당에서도 북한 여대생에게 질문을 퍼붓다가 참 호기심이 많은 청년이라는 칭찬(?)을 들었는데 여기서도 단박에 그런 이미지가 박히고 말았다. 

 승객들과 점원들 사이에는 줄다리기가 한참 이어졌다. 결국 참다못한 승객 중 몇 명이 그들(가이드와 상점 점원들)이 만족할 만큼 물건을 구입하고나자 차에 다시 올라탔다. 이제 드디어 야경을 감상하러 간다.




나이트 시티 투어 4. 조명이 켜진 라즈 만디르

나이트 시티 투어 5. 왕궁(?)



 몇 군데 더 둘러보며 다니다가 나이트 투어는 싱겁게 끝났다. 자이뿌르에서의 3일간 일정이 끝난 셈이다. 하지만 자이뿌르의 이야기가 아직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인도에서 2주간 날 괴롭힌 물갈이가 시작된 건 바로 이 곳 자이뿌르에서였다. 어느 순간 갑자기 배가 아프고 머리가 어질어질하더니 그 유명하다는 인도산 물갈이가 시작되었다. 이게 2주나 갈 줄은 정말 몰랐다. 하루는 먹고, 하루는 쏟아내고, 먹고 쏟고 먹고 쏟고, 결국 아무것도 먹지 않고 이틀씩 굶으면서 버티는 고행의 연속이었다. 생수만 계속 마시면서 걸어다니다보니 나중엔 거의 탈진할 것 같았다.

 배탈이 시작된 첫 날 이야기를 돌아가보면, 숙소의 음식은 절대로 흠잡을 데가 없었고 아마도 밖에서 사먹은 간식이 배탈의 원인 같았다. 숙소에서 체크아웃을 하고 자이살메르행 야간기차 시간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계속 화장실을 들락거렸다. 나중엔 힘이 다 빠져 주인에게 양해를 구하고 거실의 소파에 드러누웠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더라. 이 때 젊은 사장이 이것저것 챙겨준다고 레몬수도 만들어주었다. 참 고마웠다. 체크아웃했으면 빨리 나가는게 손님의 도리거늘, 난 그것도 못 지켰는데 이래저래 도와주니 정말 고마웠다.

 이렇게 고생을 하다가 겨우 자이살메르행 야간 기차를 잡아탔다.




 자이뿌르의 위치는 다음과 같다.




댓글 2개:

  1. 너무 재밌게 잘 읽었어요~ 결국 가셨네요 ~~ 멋져요~~ 저는 곧 중국으로 먼저 떠나요. 중국-> 미국-> 캐나다-> 남미-> 호주로 계획했어영...ㅎ 이타세에서 넘어온 장미입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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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장미님 반갑습니다! 재밌게 읽으셨다니 기분이 좋습니다^^ 바이크 타고 가시는 건가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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