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꼬창

태국 꼬창
태국 꼬창(2014)

3/07/2016

미얀마를 여행하며

미얀마를 여행하며 스쳐지나가는 생각을 적어볼까 한다.

캄보디아와 미얀마에서는 유독 달러를 많이 쓴다. 과거 내전(또는 국내 대립)의 영향으로 자국 화폐가 평가절하당했기 때문일 터인데, 흥미롭게도 달러를 취급하는 방법이 서로 다르다. 캄보디아에서는 왠만큼 더럽거나 구겨진 10달러짜리도 잘 받아주는 한편, 미얀마는 고액권 100달러짜리가 아니면 환율을 낮게 쳐줄 뿐더러, 100달러짜리를 낸다 하더라도 접힌 자국 하나까지도 돋보기를 들이대고 꼼꼼하게 찾아내 환율을 깎아버린다.

반면 자국 화폐 사용에 있어서 미얀마와 인도의 차이도 흥미롭다. 미얀마는 달러에는 매우 엄격한 대신 자국 화폐 쨧에는 매우 너그러워서 메모지로 쓰거나 더러운 걸 닦는데 쓰기도 하는데, 인도에서는 자국 루피에 왠만한 흠이 있으면 위조지폐로 의심하고 거부해버린다.(그럴 수밖에 없는게 인도에서는 atm에서 위폐가 나오기도 한다!!)

이처럼 생각해보면 화폐는 결국 인위적인 가치 결정에 따른다는 걸 알 수 있다. 사람들이 그걸 돈으로 쳐주면 돈인 거고, 돈으로 안 쳐주면 돈이 아닌 거다. 캄보디아에서 쓰이는 꼬질꼬질한 달러가 미얀마에 가면 휴지 조각이 되듯이. 그렇기 때문에 돈은 결코 인간의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되고, 수단으로서만 작동해야 하는데 현대의 자본주의 사회는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다.

강신주의 [감정 수업]이라는 책에 보면 대강 이런 말이 나온다. "진정 행복해지려면 돈을 쫓으면 안 된다. 자신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최소 임금을 계산하고, 그 만큼을 벌고 나면 나머지는 다른 곳에서 행복을 찾아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자본주의를 배격한 저자조차도 어느 방송에선가 '스스로도 돈 욕심을 버릴 수 없음'을 고백했으니 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역시 나만 해도 그 화폐 조각(미국 연준이 발행한, 이젠 더 이상 금과 바꿔주지도 않는)들을 들고 미얀마에 와서 편하게 여행하고 있으니 뭐라 할 처지는 못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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