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꼬창

태국 꼬창
태국 꼬창(2014)

2/17/2016

베트남과 한국의 시각 차에 대하여

 동일한 현상을 두고 각자의 관점에 따라 다른 해석을 하는 경우가 많다. 같은 나라 같은 도시에 사는 사람끼리도 그러할진대, 서로 다른 나라 사람끼리는 어지간할까? 한 예로 동해-일본해 표기가 있겠다.

 동해-일본해 표기를 하니까 생각나는 건데, 베트남에도 동해가 있다. 그건 바로 남중국해다. 지도를 펼쳐놓고 보면 중국의 남해는 분명 베트남의 동해다. 그러니 베트남에서는 이걸 동해라 부르는 것이 당연한 셈이다. 이건 중국과 베트남 사이의 입장 차이이고, 한국과 베트남 사이에도 이런 일이 꽤 있다.

 예를 들면 월남전. 한국에서는 베트남 통일전쟁을 월남전이라 부르지만, 정작 월남(베트남)에서는 그걸 미국전쟁이라고 부른다. 조국의 통일을 훼방놓던 미국군을 몰아낸 전쟁이니 당연히 미국전쟁이란 것. 수긍이 가는 설명이다. 같은 관점에서 미국군을 도왔던 한국군은 베트남에 전혀 보탬이 되는 존재가 아니었다. 한국국은 나름대로 자유 월남을 돕는다고 참전했겠지만(뭐 돈 문제도 있었을 거고), 전후 통일 베트남이 볼 때 이거는 베트남의 통일 전쟁을 방해했던 귀찮은 외국군이었을 뿐이다. 어쨌든 역사는 승자의 것이 아니던가?

 이런 식의 입장 차는 다른 사안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아오자이를 예로 들어보자. 베트남에 여행을 한 번이라도 와봤다면 반드시 봤을 아오자이. 많은 외국인들이 이 옷에 가히 환장한다. 너무나 섹시하다나. 그런데 과거에 베트남 정부가 이 아오자이에 금지령을 내렸던 적이 있었다. 그 때 금지령의 요지는 "착용이 불편해 노동에 지장을 초래한다." 였지만 신기하게도 이게 한국인들 사이에는 '아오자이가 너무 퇴폐적이라 금지되었다'는 이상한 소문으로 퍼져나갔다. 아오자이가 분명 섹시한 옷이기는 하지만 베트남 정부가 과연 그런 이유로 금지를 시켰을까?

 다음으로 달랏 여자들. 호치민시 근처(라고 해도 버스로 7시간 걸린다. 베트남은 남북으로 2500km에 달하는 긴 나라이다. 종단 기차가 이틀이 넘게 걸린다.) 에 달랏이라는 해발 1500m 고원 지대가 있는데, 프랑스 식민 시대에 프랑스인들이 휴양지로 개발하면서 준대형급 관광 도시로 성장했다. 이 곳 달랏은 여러 특산물로 유명한데, 달랏 여자들도 이쁘기로 소문이 나 있다. 특히 달랏 여자들은 피부가 너무나 하얗다는 것.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달랏 여자들의 피부가 하얀 이유에 대해 베트남인과 한국인들이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는 거다. 베트남인들은 "달랏은 고원지대라 날씨가 시원하고 사계절이 분명해 피부가 잘 타지 않아 하얗다."고 하지만 한국인들은 "과거 프랑스인들이 달랏에서 오래 살다가 혼혈이 많이 생겨서 여자들이 하얗고 이쁘다."는 주장을 한다. 이 주장은 좀 부끄럽지 않은가?

 자매급으로 황당한 소문이 또 있다.  "베트남은 프랑스 식민지였다 보니 프랑스에서 제빵 기술을 들여와서 banh mi라는 바게트빵을 잘 만든다."라고 주장하는 한국인들이 있는데, 그러면 서울 시내 유명한 일식당은 일제 식민 시대부터 지금까지 계승된 것인가? 어떤 영국인이 서울에 와서 스시를 먹어보고는 "오 역시 한국은 일본 식민지 영향을 받아 스시가 맛잇군요!" 하면 한국인들이 참도 좋아하겠다. 프랑스가 베트남을 지배했던 기간과 일본이 한국을 지배했던 기간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고 나면 베트남이 프랑스 영향을 받아 빵을 잘 만든다는 것이 얼마나 우스운 주장인지는 뻔하다.

 물론  베트남이 항상 옳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사안에 대해서는 한국인이 옳을 수도 있고, 다른 사안에 대해서는 베트남인이 옳을 수도 있다. 그러나 사회를 분석할 때는 균형잡힌 시각이 항상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느 한 쪽에 치우쳐 제 멋대로 쉬운 해석을 내려서는 곤란한 것이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