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꼬창

태국 꼬창
태국 꼬창(2014)

3/31/2016

베트남회고록 1부-그간의 베트남 생활을 정리하며...


베트남을 드나든지 어느덧 2년이 되어가고, 베트남 출입국 도장과 비자로 여권이 도배되어 가는 상태에서 그간의 베트남 생활을 돌아보고자 합니다. 보는 이에 따라서 불편할 수 있으니, 얼마든지 넘기셔도 됩니다^^


내가 베트남에 처음 왔던 것은 2년 전이었다. 당시 나는 홀로 백 일간의 남아시아 일주중이었는데 베트남 방문 직전까지만 해도 베트남에 대해 정말 몰랐다. 단지 아는 거라곤 베트남 국제결혼과 쌀국수뿐이었고, 그마저도 편견에 가득 찬 상태였다. 솔직히 고백컨대  당시 내게 베트남 여행이 갖는 의미는 '상상 이상으로 위험할 나라인 인도를 가기 전에 적응겸 들르는, 역시 소매치기가 많은 나라'뿐이었다.

그러나 북쪽의 하노이부터 호치민까지 여행하며 그 생각은 180도 바뀌었다. 원래는 7일만에 찍고 옆나라 캄보디아로 튀어나갈 생각이었는데, 정확히 이틀째부터 베트남에 대한 사랑에 빠져들면서 출국을 계속 미루어댔다. 신기한 건, 누군가 내게 "왜 베트남이 좋아졌냐?" 고 물으면 아직까지도 그 대답을 확실하게 할 수가 없다. 음식(고수, 향채, 염소고기, 개구리고기를 모두 아울러서), 문화(유교적이면서도 자유로운), 사람들(보고 있으면 자꾸 정이 드는), 경제 발전까지 모든 게 다 좋았다. 돌아가서, 결국 그 때 난 무비자 입국기간인 15일을 다 채우고서야 아쉬운 마음에 못내 종지부를 찍고 이 나라를 떠나게 되었었다.



그렇게 베트남을 떠나고 다음으로 캄보디아, 태국, 인도, 네팔까지도 갔었는데, 베트남에 대한 추억이 계속 아련히 남았다. 심지어 히말라야 산맥에 올라 밤중에 별을 보면서도(해발 4천 미터에서 보는 밤하늘은 가히 환상적이다! 구름들은 내 발 밑에 있고, 별 속을 헤엄치는 듯한, 마치 우주를 유영하는 기분이다) 베트남 친구들과 쌀국수를 생각할 정도였으니 말 다 했다. 결국 남아시아 일주는 어쨌든 끝났고 나는 귀국, 복학했는데 베트남에 대한 기억을 도저히 지울 수 없었다. 밥을 먹을 때면 고수향이 고팠고, 술을 마실 때면 사이공비어가 그리웠다. 6성조를 자랑하는, 마치 노래와도 같이 아름다운 베트남어가 계속 귓가를 맴돌았다.



이 때 베트남에 대한 책과 신문기사도 정말 많이 읽었었고 베트남 유학생들도 많이 만났었다. 그렇게까지 해도 너무 아쉬웠던 나머지 나는 이후 대학교 방학이 될 때마다 베트남을 방문했고, 총 3회 방문 40일간의 여행 기록을 자랑하게 되었다.(40일을 다녀도 여전히 새로운 볼 거리, 놀 거리, 먹을 거리는 넘쳐난다.)




 시간은 계속 흘러 이윽고 대학을 졸업할 때가 되었는데, 나는 여전히 베트남에 대한 사랑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아니, 솔직히 벗어나려는 시도도 안 해봤다. 남들이 베트남을 더럽다, 오토바이 시끄럽다고 욕할 때 나는 그 더러움마저 정겨웠고, 오토바이야 뭐...내가 원래 타던 거니까^^ 결국 졸업 후에 나는 취업 자소서조차 한 번 쓰지 않고 바로 베트남행을 택했다. 그게 바로 7개월 전에 청년 사업가 프로그램을 활용해 하노이에 온 계기였다.

(계속)










3/07/2016

미얀마를 여행하며

미얀마를 여행하며 스쳐지나가는 생각을 적어볼까 한다.

캄보디아와 미얀마에서는 유독 달러를 많이 쓴다. 과거 내전(또는 국내 대립)의 영향으로 자국 화폐가 평가절하당했기 때문일 터인데, 흥미롭게도 달러를 취급하는 방법이 서로 다르다. 캄보디아에서는 왠만큼 더럽거나 구겨진 10달러짜리도 잘 받아주는 한편, 미얀마는 고액권 100달러짜리가 아니면 환율을 낮게 쳐줄 뿐더러, 100달러짜리를 낸다 하더라도 접힌 자국 하나까지도 돋보기를 들이대고 꼼꼼하게 찾아내 환율을 깎아버린다.

반면 자국 화폐 사용에 있어서 미얀마와 인도의 차이도 흥미롭다. 미얀마는 달러에는 매우 엄격한 대신 자국 화폐 쨧에는 매우 너그러워서 메모지로 쓰거나 더러운 걸 닦는데 쓰기도 하는데, 인도에서는 자국 루피에 왠만한 흠이 있으면 위조지폐로 의심하고 거부해버린다.(그럴 수밖에 없는게 인도에서는 atm에서 위폐가 나오기도 한다!!)

이처럼 생각해보면 화폐는 결국 인위적인 가치 결정에 따른다는 걸 알 수 있다. 사람들이 그걸 돈으로 쳐주면 돈인 거고, 돈으로 안 쳐주면 돈이 아닌 거다. 캄보디아에서 쓰이는 꼬질꼬질한 달러가 미얀마에 가면 휴지 조각이 되듯이. 그렇기 때문에 돈은 결코 인간의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되고, 수단으로서만 작동해야 하는데 현대의 자본주의 사회는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다.

강신주의 [감정 수업]이라는 책에 보면 대강 이런 말이 나온다. "진정 행복해지려면 돈을 쫓으면 안 된다. 자신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최소 임금을 계산하고, 그 만큼을 벌고 나면 나머지는 다른 곳에서 행복을 찾아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자본주의를 배격한 저자조차도 어느 방송에선가 '스스로도 돈 욕심을 버릴 수 없음'을 고백했으니 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역시 나만 해도 그 화폐 조각(미국 연준이 발행한, 이젠 더 이상 금과 바꿔주지도 않는)들을 들고 미얀마에 와서 편하게 여행하고 있으니 뭐라 할 처지는 못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