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많은 유럽인, 동아시아인들이 아프리카에 놀러가 지프를 타고 사자와 기린, 영양을 보며 놀러다니는 소위 '진짜배기 사파리' 말이다. 그런데 그게 과연 진짜배기 사파리로 부를 수 있는 일인가? 애초에 그 사파리들은 관광객용으로 개발되어 안전하기 짝이 없기에 사자를 보더라도 마음 놓고 사진을 찍을 수 있지만 현지 사람들도 과연 그 여유와 낭만을 누릴 수 있을까? 그들에겐 사자의 위협이 현실적인 공포인데 말이다. 애초에 돈 많은 관광객들이 하듯이 DSLR과 산탄총을 들고 지프를 이용해 밀림을 누빌 수 없는 현지 사람들에겐 야생의 세계가 위협적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다.
예전에 네팔의 찌뜨완 국립공원에서 현지인과 나누었던 대화가 있다. 그 사람이 가이드를 해주기로 했기에 아침 해뜰무렵 조류 관찰을 갔었다. 가면서 코뿔소 얘기를 한 기억이 있다.
현지가이드 : 저기 저 농장 보여? 어젯밤에 코뿔소가 와서 헤집고 다닌 자국이야.
나 : 우와 진짜? 가서 구경하자!
현지가이드 : 가서 뭐하게?
나 : 코뿔소 발자국 사진이라도 찍게! 아 코뿔소를 직접 봤다면 참 좋았을 텐데 진짜 아쉽다...
이렇게 반응하는 나를 보고 가이드는 어이없어했다. 그 때는 그게 잘 이해되지 않았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그들에게 코뿔소와 호랑이의 존재는 삶의 실제 위협이었다. 코뿔소가 와서 농작물을 망치고, 호랑이들은 가축을 잡아먹고.
그들은 야생동물과 맞닥뜨릴시 저항하기 위해 길다란 나무 몽둥이를 가지고 다니고 다녔다.
나는 그 몽둥이를 보고 왜 그 때는 멋있다고만 생각했을까.
결국 나는 그 국립공원의 어딘가에서 야생의 코뿔소를 실제 볼 수 있었다. 완전히 신난 나는 가이드에게 코뿔소 근처로 가보자고 졸랐지만 그는 내 말을 들어주려 하지 않았다. 코뿔소의 시력이 나쁘기에 망정이지, 그 때 나는 너무나 철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