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꼬창

태국 꼬창
태국 꼬창(2014)

3/04/2015

삶의 기본적 조건에 관하여

오늘의 대화 주제 중에 아프리카의 사파리가 있었다. 문득 생각나는 것이 있길래 이 곳에 써본다.

돈 많은 유럽인, 동아시아인들이 아프리카에 놀러가 지프를 타고 사자와 기린, 영양을 보며 놀러다니는 소위 '진짜배기 사파리' 말이다. 그런데 그게 과연 진짜배기 사파리로 부를 수 있는 일인가? 애초에 그 사파리들은 관광객용으로 개발되어 안전하기 짝이 없기에 사자를 보더라도 마음 놓고 사진을 찍을 수 있지만 현지 사람들도 과연 그 여유와 낭만을 누릴 수 있을까? 그들에겐 사자의 위협이 현실적인 공포인데 말이다. 애초에 돈 많은 관광객들이 하듯이 DSLR과 산탄총을 들고 지프를 이용해 밀림을 누빌 수 없는 현지 사람들에겐 야생의 세계가 위협적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다.




예전에 네팔의 찌뜨완 국립공원에서 현지인과 나누었던 대화가 있다. 그 사람이 가이드를 해주기로 했기에 아침 해뜰무렵 조류 관찰을 갔었다. 가면서 코뿔소 얘기를 한 기억이 있다.

현지가이드 : 저기 저 농장 보여? 어젯밤에 코뿔소가 와서 헤집고 다닌 자국이야.

나 : 우와 진짜? 가서 구경하자!

현지가이드 : 가서 뭐하게?

나 : 코뿔소 발자국 사진이라도 찍게! 아 코뿔소를 직접 봤다면 참 좋았을 텐데 진짜 아쉽다...


이렇게 반응하는 나를 보고 가이드는 어이없어했다. 그 때는 그게 잘 이해되지 않았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그들에게 코뿔소와 호랑이의 존재는 삶의 실제 위협이었다. 코뿔소가 와서 농작물을 망치고, 호랑이들은 가축을 잡아먹고.

그들은 야생동물과 맞닥뜨릴시 저항하기 위해 길다란 나무 몽둥이를 가지고 다니고 다녔다.






나는 그 몽둥이를 보고 왜 그 때는 멋있다고만 생각했을까.













 결국 나는 그 국립공원의 어딘가에서 야생의 코뿔소를 실제 볼 수 있었다. 완전히 신난 나는 가이드에게 코뿔소 근처로 가보자고 졸랐지만 그는 내 말을 들어주려 하지 않았다. 코뿔소의 시력이 나쁘기에 망정이지, 그 때 나는 너무나 철이 없었다.

네팔의 로컬버스

불현듯 네팔 포카라의 로컬버스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여행비도 아끼고 현지 사람들을 더 만나고 싶어 로컬 버스를 자주 타고 다녔지만 유독 네팔의 로컬버스는 그 충격이 강렬했다.


운전기사와 차장이 따로 존재하는 그 버스.
따로 티켓이 존재하지 않아 차장에게 목적지를 말하고 현금을 내는 그 버스.
내가 만난 대부분의 네팔인들은 좋은 사람들이었기에 차장이 요금을 속이는 경우는 없었지만 아닌 경우도 꽤 있다고 들었다.


버스가 승객을 얼마나 더 태우냐에 따라 기사와 차장의 수입이 결정되기에 정류장을 딱히 지키는 것도 아니다. 버스가 문을 열고 달리는 경우도 꽤 많은데, 이 때 차장은 문 밖에 매달려 길가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호객행위를 한다.

"ㅇㅇ갑니다 ㅇㅇ! ㅇㅇ갑니다! 버스 지나가요!"



창문이라는 게 존재하기는 하지만 대부분 얇은 플라스틱과 같은 형상이며 고정대가 부러지거나 한 구석이 깨져있어 항상 차가운 바깥바람이 새어든다. 따뜻한 낮에는 괜찮지만 추운 밤이 되면 그야말로 고역이다.


좌석은 또 어떠한가. 1석의 크기가 얼마나 비좁은지, 키 170cm에 몸무게 60kg인 내가 앉아도 다리를 잔뜩 붙이고 있어야 할 정도이다. 덩치 큰 북유럽인들은 아예 앉지 못할 정도였지만, 그들은 서있을 수도 없었다. 버스 천장이 너무나 낮아 내내 고개를 숙이고 있어야 하기 때문.

바로 다음과 같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