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꼬창

태국 꼬창
태국 꼬창(2014)

7/06/2016

대만 여행 후기

대만 여행 (2016년 5월)

7일의 시간 동안 대만을 북쪽에서부터 남쪽까지 골고루 훑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뻔한 관광코스는 제외하고 현지인 생활 공간 위주로. 그리고 그 후기.



1. 일본인

 대만에서도 일본인의 이미지나 평판은 굉장히 좋다. 대만 여행 초반에는 한국인인 척하고 다녔다가 (그러고 보니 나는 원래 한국인인가? 헷갈..) 타이중의 박물관 매표소에서 "니혼진데스까 칸코쿠진데스까"라는 매표원의 질문에 나도 모르게 "니혼진데스" 라고 말한 다음부터는 그냥 일본인인척 하고 다녔다... 사실 이 편이 대만 사람들의 호감을 사기 더 쉽다. 이쿠라데스까 하잇 도모아리가또! 정도는 다들 알아듣더라.



2. 오토바이

 대만에서 오토바이들은 좌회전시에 꼭 P턴을 하듯이 돌아줘야 한다. 정확한 표준 P턴은 아니고, 직진하는 척하다가 90도로 방향을 틀어서 왼쪽을 바라본 후에 잠깐 멈추고 난 후에 다시 출발해야 한다. 그렇다고 대만에서 오토바이가 딱히 천대받는건 아니고 어딜 가나 오토바이 주차장이나 대여샵 등이 있을 정도로 보편화된 수단인데 도대체 이런 시간과 에너지를 잡아먹는 요상한 P턴을 해야 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 



3. 쓰레기

 대만의 길거리에선 두 가지를 찾아보기가 힘들다. 쓰레기와 쓰레기통. 쓰레기통을 찾기가 쉽지가 않음에도 불구하고 쓰레기를 길가에 버리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뜻이다. 다들 가방 안에 쓰레기주머니를 만들어서 다니나 싶을 정도다.

 또 집안쓰레기를 버릴때마저도 깔끔함을 보여주는데, 다들 집안에 재활용통을 만들어 보관하고 있다가 동네에 쓰레기차가 와서 띠리리링 사이렌을 울리면 다들 착하게 몰려가서 얌전히 쓰레기를 건네준다.



4. 정숙함

 대만 사람들은 정말 조용하다. 서울역만큼 큰 타이페이기차역을 몇 번 들렀었는데, 갈 때마다 그 큰 홀의 무서우리만치 조용함에 섬찟할 정도였다. (대만도 표준중국어를 쓰니 중국어가 성조 있는 언어라 시끄럽다는 논리는 여기서는 설 곳이 없다.) 한 쪽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나서 살짝 귀기울여보면 백프로 한국인 아니면 본토중국인이다.

 대만의 관광객은 본토중국인, 일본인, 한국인 순으로 많다는데 솔직히...한국인만 눈에 엄청 뜨인다. 본토중국인은 어차피 같은 중국어를 쓰니 잘 섞여들어가고, 일본인은 벙어리인가 싶을 만큼 조용한데, 한국인들은 거침없이 한국어로 떠들기 때문이다.

 때문에 대만을 갔다왔던 한국인들은 "야 대만 관광객 절반이 한국인이야!!" 그러는데 흠 글쎄요...대만인 친구에게 부탁해 받은 공식 통계를 한 번 살펴보았더니, 작년에 대만을 방문한 본토중국인은 420만명, 일본인과 홍콩인이 각각 160만명이었고 한국인은 고작 65만명이었다. 심지어 동남아시아 국적 관광객도 150만명이었다. (물론 거긴 인구가 6억이지만) 어쨌든 결론은 한국관광객은 전체의 10퍼센트도 안된다는거...한국인이 많아보이는건 아마도 시끄러워서일거라는거...



5. 음식

 대만의 먹거리는 소문대로 가히 최고였다. 맛이면 맛, 멋이면 멋, 거기에 청결함과 적당히 착한 가격은 두말하면 잔소리. 외국인이면 한두번쯤 바가지를 쓸 법도 한데 단 한 번도 그런 일을 겪은 적은 없었다. 오히려 손님을 은근히 배려하는 자세를 보여줄 뿐. 일본만큼 과도한 친절은 없었지만 손님이 부담스러워하지 않을 정도의 선에서 친절을 베푸는 그들의 모습은 정말 좋았다.



6. 총평

 별로 기대치 않았던 대만 관광은 굉장히 만족스러웠고,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재방문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사실 볼 것은 별로 없지만 현지 사람과 음식이 너무나 좋았다.) 한국도 이런 점에선 대만을 본받아야한다. 한국 관광객 중 절대다수가 중국인임에도 불구하고 짱깨짱깨 그러면서 무시하질 않나 바가지를 된통 씌우질 않나...(아무리 짱깨짱깨 그래도 최소한 내가 지금까지 중화권을 네 번 여행하면서 만났던 짱깨들은 모두 좋은 사람이었다!) 한국을 한번 왔다간 관광객들의 재방문 비율이 일본에 비해 현저히 낮다는데, 나라가 좁다고 조상 탓하기 전에 우리들의 태도를 먼저 돌아볼 일이다.

 대만이 최근 몇 년간 중국발 악재에 시달리게 되어 현재 GDP는 한국보다 낮을지 모르지만 국민의식은 확실히 한 수 위로 보였다. 선진국을 선진국으로 만드는건 그런 수준높은 민도가 아닐까. 누가 그랬던가? 헬조선을 만드는 건 한국인 본인들이라고.


쉐프들의 자신감이 엿보이는 음식적 벽면광고

비오는 날 멀리서 찍은 타이베이101 빌딩

중국의 국부라 불리는 쑨원의 동상

시내 한복판에서 중국 정부에 대항하는 시위를 벌이는 파룬궁 수련자들

장제스 기념관. 실제로 보면 더 거대하고 웅장하다.

내가 사랑해 마지않았던 기차역의 초밥 체인.

달리는 기차 안에서 찍은 풍경

가오슝의 항구에서 찍은 사진

타이중에서 렌트했던 스쿠터와 함께. 햇살은 더웠지만 바람이 너무도 시원했다.

야시장의 흔한 모습. 대만 야시장 먹거리는 정말 맛있다!